캐나다 동향 - 주택 시장 (2025년 봄)

BC주에서 신규 주택의 분양 및 마케팅을 규제하는 소비자 보호법인 부동산개발마케팅법(REDMA)은 2004년 제정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사실상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점점 대규모화되고 복잡해지는 개발 프로젝트의 현실에는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BC주 금융감독청(BC Financial Services Authority)이 발표한 시범 제도는 시장에서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반가운 제도적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당 제도는 100세대 이상 대규모 신규 주택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기존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최대 18개월간 사전분양(pre-sale) 마케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개발업체들이 분양 목표를 보다 신속히 달성하고, 그에 따라 건설 자금 조달을 앞당길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보다 많은 프로젝트가 실제 착공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궁극적으로 이는 시장 내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실제로,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는 현재 분양 중인 콘도미니엄 프로젝트가 55,000세대 이상에 이르며, 이 중 100세대 이상·사전착공 단계·분양률 70% 미만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프로젝트는 약 10,000세대로 추산된다. 이들 프로젝트는 이번 정책을 통해 더 여유 있는 마케팅 기간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향후 12개월 이내에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제도 적용 대상 대규모 개발 예정 물량은 약 20,000세대에 달한다. 

이는 이번 제도 변화가 향후 1~2년 내 메트로 밴쿠버 주택 공급에 미칠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변화는 공급 측면에서의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수요를 자극하거나 시장 흡수력을 끌어올리는 성격은 아니다. 따라서 공급이 증가하면 매수자 확보를 위한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곧 분양 전략, 가격 책정, 마케팅 방식 등 전반적인 사업 구조에 재조정 압박을 가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REDMA 개정은 단순한 절차상의 조정이 아니라, 시장 전체 공급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BC주의 주택 시장에서 개별 투자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신규 주택 공급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사전분양(pre-sale) 제도는 투자자들의 초기 계약금을 기반으로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과 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시장 메커니즘 속에서, 콘도미니엄 투자자들은 메트로 밴쿠버의 임대 주택 재고를 실질적으로 확장시키는 주체로 기능했으며, 실제로 2007년 이후 추가된 임대주택의 약 79%가 이들에 의해 공급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처럼 공급 시스템의 축을 형성해 온 투자자들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사전분양 주택은 통상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고위험 자산으로,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고 자금을 장기적으로 묶을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구조다.
반면, 실수요자는 일반적으로 즉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선호하며, 긴 시간과 불확실성을 감내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투자자들은 금리 급등, 세제 개편, 단기임대 규제 강화, 주택임대법 개정, 그리고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전분양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rennie가 마케팅한 신규 주택 프로젝트 전반에서 투자자 비중은 지난 1년간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이는 2019~2020년 시장 침체기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사전분양 시장의 부진은 단순한 수요 위축이 아닌, 바로 이 사라진 투자자들의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다. 

이들이 다시 시장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리와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함께,

연방 및 지방 정부 차원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신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투자는 결국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미래를 사는 행위이며, 지속 가능한 주택 공급 체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다시 '의도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BC주의 주택 건설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공급 물량은 대폭 확대되었지만, 시장 수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미분양 재고가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33,000호 이상의 주택이 착공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고, 그 여파로 2024년에는 28,000호 이상의 주택이 실제 완공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사전분양(pre-sale) 시장은 뚜렷한 위축세를 보였다. 2023년 거래량은 11,500건에 머물렀고, 2024년에는 1만 건 이하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현재 누적된 신규 주택 재고는 약 16,000호에 달하며, 이 중 완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미분양 주택이 약 2,200호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공사 중인 주택 수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2025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이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콘도미니엄 부문만 놓고 봐도, 올해 안에 준공될 건물에 포함된 미분양 주택 수는 2,700호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의 흡수율(판매 속도)을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2024년 내 실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물량은 약 1,500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완공 후 미분양 주택 재고는 전년 대비 약 60% 증가하게 된다.
이는 해당 재고를 보유한 개발사나 투자자에게 더 큰 금융적 부담(보유 비용 상승)으로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신규 프로젝트의 착공이나 분양 여력을 제약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공급은 전례 없이 늘어났지만, 수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시장 침체를 넘어, 개발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리스크 관리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