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밴쿠버 주택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 조용한 시장

매년 3월부터 5월까지의 봄철은 BC 주 주택시장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시기로, 통상적으로 신규 매물이 집중적으로 출회되고 매수 수요도 높아지는 시점이다. 밴쿠버 지역만 보더라도 최근 10년 중 6번이나 이 시기에 월간 거래량이 정점을 찍었고, 신규 매물은 무려 9차례나 봄철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봄 시장은 이러한 계절적 패턴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양상을 보였다. 거래량은 뚜렷하게 위축된 반면, 매물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시장의 균형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 시장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 심리의 급격한 위축, 시장 전반의 관망세 유도

2025년 1월,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대외 무역 정책이 급변하면서 캐나다 경제에도 간접적인 충격이 파급되었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BC주는 소비자 심리의 급락이라는 형태로 이 영향을 체감했고, 이는 주택 구매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봄철(3~5월) 밴쿠버 지역의 MLS 거래 건수는 총 9,54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으며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38% 낮은 수준이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전국 봉쇄가 이뤄졌던 2020년(7,827건)을 제외하면 2005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급증한 신규 매물, 시장 재고 부담 확대

이와 대조적으로, 신규 매물은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밴쿠버 지역에 출회된 신규 매물은 총 30,618건으로, 이는 2005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높은 신규 공급은 여러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신규 주택의 완공 증가, 정부의 주택 정책 변화, 그리고 금리 고점에서의 금융 부담 등으로 인해 일부 소유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5월 말 기준 밴쿠버 지역의 활성 매물(Active Listings)은 25,56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으며 10년 평균 대비로는 57% 높은 수치다. 이는 2012년 9월 이후 최대 재고량이며, 단기간 내 가격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5월 들어 소폭 반등… 회복세의 초기 신호일까?

흥미롭게도, 5월 들어 거래량이 소폭 반등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5월 한 달간 MLS 거래는 3,353건으로, 전월 대비 7% 증가하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4월에서 5월 사이 평균 증가율인 4%를 상회하는 수치다. 빅토리아와 켈로나 등 여타 주요 도시에서도 유사한 회복 조짐이 관측되었다.

컨퍼런스보드 오브 캐나다에 따르면, 5월 중순 이후 일부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소비자 신뢰지수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한적이지만 수요 회복의 초기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책적 지원과 금리 기조 변화가 향후 변수

향후 주택 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세제 혜택과 금리 기조 변화가 있다. 연방정부는 현재 100만 달러 이하의 신규 주택을 구매하는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해 GST 면제 조치를 추진 중이며, 100만~150만 달러 사이의 거래에 대해서도 부분 감면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해당 법안은 통과 시 5월 27일 이후 거래부터 소급 적용된다.

또한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2.75%로 동결하며,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4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로 목표치 이하로 하락한 데다, 일부 산업 및 지역의 고용 둔화가 지속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적 전환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결론: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한 2025년 주택 시장

2025년 봄, 밴쿠버 주택시장은 통상적인 계절 패턴에서 벗어나 구조적 전환의 초기 신호를 보여주었다. 급격히 위축된 수요, 증가한 공급, 위로만 향하던 시장의 방향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정책적 유인이 단기적으로 일부 수요를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매수 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거시경제 안정과 금리 인하 등 실질적 부담 완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주체는 단기 흐름보다 구조적 조건을 먼저 이해하고 대응하는 이들이 될 것이다.

(Rennie Intelli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