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경제 구조만큼은 마치 여러 나라가 나란히 공존하는 듯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마다 규제가 다르고, 자격 요건도 제각각이다. 상품 하나를 다른 주로 판매하려면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고, 전문직 자격도 주를 옮길 때마다 새로 취득해야 한다. 연방국가라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이 보이지 않는 경계는, 어느 순간부터 캐나다 내부의 경제 흐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2025년 6월, 캐나다는 마침내 이 오래된 구조적 과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One Canadian Economy Act(C-5)라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캐나다를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이 법안의 첫 번째 핵심은 각 주(province) 간 무역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의 보장이다. 연방제 국가에서 주마다 고유한 규제와 기준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다양성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불필요한 중복과 행정 낭비로 이어질 경우,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 나아가 국가 전체에 돌아가게 된다. C-5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류·상품 유통의 규제를 단순화하여, 국내 시장을 사실상 하나의 통합된 경제권으로 전환하고 기술 인력과 전문직의 유연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여 캐나다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직장을 옮기는 데 있어 지리적·행정적 장벽을 최소한 한다는 것이다. 자본과 노동, 기술과 아이디어가 경계 없이 보다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흐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현실화되면, 캐나다 경제는 최대 C$2,000억에 달하는 GDP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물론 공공 안전이나 환경 보호와 같은 핵심 가치는 예외로 두고 있지만 이 법이 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캐나다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 다른 변화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 절차의 전면적인 개편으로, 과거에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승인받기 위해 수많은 부처와 기관을 거쳐야 했고, 이 과정은 통상 4~5년 이상 소요되었다. 그 사이 투자 기회는 놓치고, 공공 인프라는 지연되며, 사회적 비용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C-5는 이러한 비효율을 해소하고자 National Interest Projects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이제 주요 프로젝트는 단일 문서를 통해 통합 심사를 받고, 승인 기간도 최대 2년으로 단축된다. 행정의 간소화는 단순한 속도 개선을 넘어, 정책의 명확성과 실행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구조적 전환 속에서 더 주목할 만한 변화중 하나는, 원주민(Indigenous Peoples)과의 협의 절차를 의무화한 점이다. 그동안 형식에 머물렀던 원주민 참여는 이제 실질적이고 동등한 협력 관계로 전환된다. 원주민들은 자문기구 설치와 금융 지원 확대 등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제도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물론 이 법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고 현실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환경 단체는 심사 간소화가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일부 주정부는 연방 권한의 강화가 지방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원주민 공동체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인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지만, 분명한 건, 지금처럼 복잡하고 느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C-5는 단순히 행정 절차를 빠르게 하겠다는 법이 아니라 연방제 국가로서의 약점을 통합적 성장의 기회로 바꾸려는 시도는 캐나다 정부의 용기 있는 결정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오늘날의 세계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놓여 있다. 그리고 경제는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요인들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기후 변화, 기술 혁신, 지정학적 분절과 그 속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이 동시에 몰아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 아니라 더 유연하고 민첩한 움직임일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나라들이 경쟁하고 대립하는 이 시대에서 외부의 원인들에서만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안에서 막힌 흐름을 풀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매우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러한 법안이 진정한 성과로 이어질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그 연결의 시작이 곧, 캐나다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캐나다가 직면했던 '느린 승인’, ‘주별 규제 충돌’, ‘원주민과의 협의 지연’ 등의 문제가 이제는 새로운 법을 통해 개선되어 새롭게 도약하는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